2017년 6월 28일 수요일

어느 회사나 구석에서 굴러다니는 특허 하나씩은 있지 않나요?

안녕하세요. GDIH 입니다. 다들 중고 거래 한 번쯤 해보시지 않으셨나요? 제 지인 분이 창업한 회사가 지역기반 중고 물품 거래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어, 저도 가끔 이용하고 있습니다. 꼭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물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얼마 전에 보니 제주도에서는 바다에서 잡은 갈치가 거래 물품으로 올라오기도 하더군요. 중고 물품 거래를 보면서 쓰지 않는 특허가 마치 집안 구석에 먼지 덮인 채로 방치된 중고 물품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적습니다. 우리 모두 회사에 구석에서 굴러다니는 특허 하나씩은 있지 않나요? 오늘은 바로 방치된 특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제주도에서는 갈치도 중고거래 품목으로 올라옵니다. 실화입니다.[1]

쓰지 않는 특허, 재고와 같다!

경영 지표 상에서 재고는 매우 중요한 지표 중에 하나입니다. 일종의 경영 우화를 담은 책인 더 골은 주인공이 커져가만 가는 운영비로 인해 위기에 처한 공장을 정상하기 위해 고군 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때, 주인공이 공장을 정상화 하기 위해 설정한 목표 지표가 바로 현금 창출률, 재고, 운영비입니다. 공장은 기계를 놀리지 않고 많이 생산하면 생산할수록 효율적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팔리는 물건보다 더 많이 생산한다면 비용만 사용하는 꼴이 됩니다. 재고를 관리하고, 보관하기 위해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재고는 상품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유행이나 유통기한으로 인해 시간에 지남에 따라 그 가치가 점점 떨어집니다. 특허도 마찬 가지입니다.

특허는 회계 장부에 무체 재산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등록된 특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납료를 내야 합니다. 또한, 등록된 특허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과 인적 자원도 필요합니다. 게다가 등록될 당시 첨단 기술이었더라도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 되어 특허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고 존속기간으로 인해 특허권이 만료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특허를 재고로 분류해야 할까요?

창고에 재고가 쌓이듯 쓸모 없는 특허도 쌓여 갈 수 있습니다.[2]

어떤 특허를 재고로 분류해야 할까?

일단 해당 특허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발생 시키지 않는다면 재고 특허로 보아야 합니다.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해당 특허로부터 로열티가 발생하는지 입니다. 그 다음은 우리 회사의 상품/서비스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특허인지 입니다. 경쟁사가 특허로 보호되는 기술을 사용하지 못해 우리 회사의 서비스나 상품이 가격적 경쟁력 또는 기술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이 또한 해당 특허로부터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직접적인 경제적인 이익이 없더라도 미래를 위해 필요한 특허도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사용하지 않고 해당 특허로부터 로열티 수입도 발생하지 않지만 경쟁 회사와의 특허 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허라면 미래를 위해 보유할 가치가 있는 특허일 것 입니다. 이러한 기준에 맞는 특허가 아니라면 재고로 분류 해야 하는데, 그러면 재고 특허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어떻게든 팔아보자!

일단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재고처리 방법은 재고를 파는 것 입니다. 집안에 쓰지 않는 물건은 중고거래 어플이나 중고나라에 팔 듯 특허도 팔아야 합니다. 이를 가장 잘하는 회사가 바로 IBM입니다. IBM은 미국내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하는 기업들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생긴 특허를 정말 잘 팔기도 합니다. 올 초에 IPO에 성공한 SNAP IPO 직전에 IBM으로부터 특허를 매입했습니다. SNAP을 포함해 Valuation 기준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IPO를 마친 열 개의 기술 기반 기업 중 6개가 IBM으로부터 특허를 매입했습니다.

이쯤 되면 잘 되는 기업들은 IBM으로부터 특허를 매입하는지, IBM으로부터 특허를 매입하면 잘되는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다만, 재고 특허를 파는 경우, 특허를 사려는 사람/회사가 없어 팔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설사 팔더라도 헐 값에 넘겨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술 기반 IPO 기업 TOP10과 특허 계의 거상 IBM의 발자취[3]

돈 대신 이거라도 어떻게..

많은 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갖는 요즘 특허를 현물로 투자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허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주저하던 GooglePatent Shield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Patent ShieldIntertust Google이 공동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GoogleIntertrust가 모은 특허를 특허 소송을 당한 스타트업에게 대여해주어 특허 분쟁을 방어해주겠다는 프로그램입니다GoogleIntertrust는 이러한 특허권의 대여를 통해 스타트업의 지분 일부를 갖게 됩니다

작년에 스타트업과 특허의 관계에 대한 글을 통해 소개한 BlueIron IP 역시 이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또한, 일본의 샤프는 미국의 Micro LED 생산 스타트업에게 Micro LED 관련 기술 특허를 양도하고 대가로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또한, 라이센싱 로열티 대신 특허권을 상대방에게 양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특히, NPE와 제조사들간의 라이센싱 협상 후 제조사의 특허가 NPE로 양도된 경우를 종종 보이는데, 로열티 대신 특허를 양도한 것이 아닌가라는 설명이 자주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쓸모 없어 팔려고 내놓은 특허를 NPE가 순순히 받아 주지는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앞서 언급한 IBM 못 지 않게 특허 출원도 많이 하고 많이 파는 MS는 이러한 방법에서 조금 더 발전된 활용방안을 선보였습니다.

의미심장한 문구의 Patent Shield 사이트의 첫 페이지[4]

제품에 얹어서라도 어떻게..

MS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ZURE를 쓸 경우, 오픈소스를 포함하는 모든 지적 재산 문제에 관한 무제한적인 보증을 제공하고, 만약 특허 소송을 당하게 되면 MS 가진 특허를 양도 방어에 사용할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선보입니다. 업계 선두인 아마존의 AWS를 따라잡기 위해, 방대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가진 MS만이 제공할 수 있는 혜택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 입니다. 이러한 방안도 여의치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 까요?

Azure IP 혜택을 광고하는 페이지[5]

정리의 끝은 버리기!

모든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라고 하지요. 재고 특허의 경우도 결국 다른 방안이 없다면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저는 사무소에서 근무 하면서, 우리나라 대기업 특허 담당자 분들의 출원 특허 및 등록 특허 포기에 관한 고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출원된 혹은 등록된 특허를 포기하게 되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할 수 있기에, 등록가능성이 낮은 출원 혹은 쓸모 없는 등록 특허라도 본인이 담당하는 기간만 넘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이러한 관리 방침은 쓸모 없는 특허를 제때 처리하기 보다는 계속 방치하게 해 지속적인 비용 지출을 만들며, 시스템과 인력을 투입하게 만듭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포기를 결정하는 담당자를 문책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특허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 입니다. 또한, 궁극적으로 특허의 양적인 측면만 강조하여 무리하게 출원하거나 유지하기 보다는 주기적인 점검과 평가를 통해 가치 있는 특허 위주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보유중인 특허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도모 해야 할 것 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얼마전 언론을 통해 보도된 팬택의 특허 매각을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허도 분리 수거가 필요합니다.[6]

팬택의 특허 매각 우려를 표하는 언론 보도에 대한 유감

언론은 팬택의 기술 유출이 우려되며 특허 매각이 잘 못된 것 같은 뉘앙스의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재고 특허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팬택의 특허 매각은 방치된 특허를 활용하기 위한 마지막 자구책으로 보이며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팬택의 특허 매각을 국부 매각으로 본다면 IBM은 미국의 주 하나 정도는 매각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아끼다 x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특허야 말로 아끼다 x됩니다.

P.S: 팬택의 특허 매각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어서 저의 구체적인 사견을 덧붙입니다.

팬택이 매각된 특허를 계속 가지고 있는다고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일단, 팬택은 해당 특허를 이용하여 소송을 하거나 라이센싱을 시도하는 자체가 어려워 보입니다. 팬택에게는 소송이나 라이센싱에 필요한 비용 지출도 부담스러울 것이고, 상대방이 강력한 특허를 가지고 반격 해올 경우, 추후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길 것 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말 그 특허 들이 매각된다고 심각한 기술 유출이 있을까요? 특허는 공개를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특허 유무에 관계 없이 언론에서 후발 주자라 부르는 업체들(무슨 기준으로 중국 업체들이 후발 주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이 그 기술을 따라 구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특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내 기술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개하되 다른 사람이 해당 기술을 사용할 경우 법적으로 제재할 권리를 갖는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지금의 팬택과 같이 소송을 통해 이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특허는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또한, 팬택의 특허가 그렇게 뛰어나고 강력한 특허였다면 이미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매입을 하고도 남았지 않을까요?

한가지 더 생각해볼 문제는 특허를 매각하면 그 기술을 팬텍이 사용하지 못할까요? 일반적으로 해당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이 관련 특허를 매각할 시에는 원소유권자는 통상 실시권을 부여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관례를 미루어 볼 때 팬택은 특허를 양도 했다 해도 통상 실시권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추측일 뿐이지만 팬택의 특허권을 양수한 골드피크란 회사는 언론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른 성격의 회사일 수 있습니다. ETRI의 특허 수익화를 도모한 SPH라는 회사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골드피크라는 회사의 성격도 어느 정도 짐작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P.S2: Goldpeak가 Apple에게 11건의 특허를 양도[7](아마도 매각이겠죠)했다는 소식이 이번주 초부터 해외 특허 전문지에 보도되더니, 우리나라 언론도 기사를 내보내고 있네요. 여전히 국부 유출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매우 유감입니다. 오히려 해외 언론은 특허 분쟁에 있어서 항상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Apple에게 소송없이 매각한 것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하며 NPE의 새로운 활동 방법을 소개해주었다고 보도[8][9]하였습니다.
참고로 GDI의 LTE 전문가인 N의 퀵 리뷰에 따르면 양도된 특허 11건은 LTE 관련 통신 표준 특허이고, 4개의 패밀리 특허가 양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특히 3개의 패밀리 특허들이 청구하는 기술은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표준 필수 기술에 관련된 특허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출처 

[2] pixabay.com
[6] pixabay.com
[7] https://assignment.uspto.gov/patent/index.html#/patent/search/resultAssignment?searchInput=42863-0678&id=42863-678
[8] https://medium.com/@jacknwellis/apple-acquires-former-pantech-patents-from-korean-npe-with-government-links-ea541002386f
[9] http://www.iam-media.com/Blog/Detail.aspx?g=f0756a41-5af1-46b6-ad51-47933efc7e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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