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4일 토요일

[특허마케팅] "국내최초 냉동참치 해동법" 특허보유 맛집

돌아다니다보면, "특허보유 맛집"들을 더러 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특허에 대한 투자대비 효용, 즉, ROI (Return on Investment)가 가장 높은 쪽이 차라리 이런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일전에 제가 한 세미나에서 (현대레알사전 어투로) "자영업 사장님에게 특허란?", "돈내고 간판에 붙이는 것"이란 풍잣말을 만들어 작은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었는데요.




지난주 일산을 지나다가 재밌는 특허 마케팅을 보았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참치해동법 특허보유" 참치집.


인터넷을 뒤져보니 블로그는 물론이고 아래처럼 기사도 한번 탔더군요.

http://living.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tm=&ctg=1700&total_id=1156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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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집에 들어서면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참치 해동법 특허 보유’라는 글귀다. 참치는 최근 인도양에서 잡은 뒤 냉동하지 않고 항공편으로 직송해 식탁에 오르는 ‘생참치’도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 ‘냉동참치’다. 생참치는 냉동과 해동 과정을 거치지 않는 만큼 ‘맛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파는 곳도 많지 않은데다 가격도 냉동참치 보다 훨씬 높다. 냉동참치는 참치를 영하 수십도에서 급속 냉동한 것으로 신선도나 안전성 만큼은 오히려 생참치 보다 나을 수 있다. 다만 참지집에서 손님들에게 내놓는 과정에서 대부분 실망을 안겨준다. 해동을 덜해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갑거나 해동을 지나치게 해 살이 흐물거릴 정도로 맛이 없어지는 것이다. 참치 대국인 일본만 해도 그렇지 않은데 한국은 참치 역사가 짧다 보니 해동 기술력이 많이 부족한 탓이다. 이런 점들을 모두 보완한 것이 이 집의 해동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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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클레임(청구항)으로 특허를 받았을 지 호기심이 발동하였습니다.





청구항 1
해동할 냉동참치 블럭의 총량을 계량하고, 계량된 참치 블럭의 3배에 해당하는 물을 준비하며, 이 물에 소금을 투입하여 염도 1.8% ~ 2.0%의 식염수를 유지시키는 해동준비단계와;
해동할 냉동참치 블럭을 상기 식염수에 모두 투입하고, 참치 블럭들이 서로 붙지 않게 이리 저리 옮겨 주면서 밑에 있는 낮은 온도의 식염수와 위쪽 높은 온도의 식염수를 잘 섞이도록 저어주고, 건져내면서 꺼내진 참치 블럭들을 뼈와 껍질로 분리하여 마름질하는 1차해동단계와;
상기 해동준비단계에서, 물의 온도를 여름엔 36°C ~ 40°C, 겨울엔 40°C ~ 44°C를 유지시키고, 이 물의 염도를 1.8% ~ 2.0%의 식염수로 유지시키고;
상기 1차해동단계에서, 5분 후부터 물의 온도가 24°C ~ 26°C될 때, 작은 참치 블럭과 지방함유가 많아 어육의 내부온도가 낮지 않고 빨리 해동되는 참다랑어부터 힘을 주었을 때 휘어지면 바로 순차적으로 건져내며;
상기 마름질한 참치 블럭들을 다시 상기 식염수에 넣고 이때, 참다랑어는 식염수에 넣지 않고 해동종이나 깨끗한 수건으로 싸서 숙성고에 넣으며, 2분 ~ 3분 후 참치 블럭 중 쉽게 휘어지는 것부터 건져내어 물기를 닦아내고 해동종이나 깨끗한 수건으로 싸서 숙성고에 넣으며, 숙성고의 스위치는 1시간 경과 후에 켜고, 그 다음 1시간 후부터 취식하며, 숙성고 내부 온도를 영하 1°C ~ 0°C로 유지하는 2차해동단계로 이루어짐을 특징으로 하는 냉동참치의 해동방법. 

네... 상세하게 기재된 레시피인 것 같죠? 당업자라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영업비밀인 것 같고요. 마복림 할머니의 신당동 떡볶이 비밀은 며느리도 모르듯이, 영업비밀은 이렇게 특허화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경쟁사에서 모방을 하였다 하더라도 침해입증이 매우 어려워지니, 자칫 남 좋은 일 시키고 마는거죠. 

아울러 특허를 이해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위의 청구항처럼 상세하면 상세할수록 권리범위가 좁아집니다. 즉, 회피설계가 용이해지는 것이죠. 위에 게시된 숫자들 가운데 하나만 피해가더라도 (예를들어 물의 염도를 1.5% 식염수로 사용했다거나), 특허를 침해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순차적으로 건져낸다" 같은 표현도 보통 좋지 않은 한정이라고 하죠. (비순차적으로 마구 건져내면 특허 회피가 되니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사실 본 특허는 특허보유 자체를 마케팅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효과가 더 클 것이기에 위와 같은 분석적 평가는 그냥 재미삼아~


아쉽게도 참치를 직접 맛보지는 못했습니다. 한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아래)을 보니, 특허 기술 덕분인지 무지 맛있어 보이는군요. 특허덕분에 대박나는 참치집이 되길...



오현오/genioho


댓글 3개:

  1. 청구항 대박이내요... 변리사도 받아적을 때 웃겼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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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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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네, 명세서에 도면 하나 없는 조리법 메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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